조선 중기 사대부의 반가남은 철릭과 함께 그 위에 답호를 착용하곤 하였다. 16세기 후반 미암 유희춘이 55세 즈음에 남긴 『미암일기(眉巖日記)』를 옮긴, 정창권의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에는 다음과 같이 사대부가의 의복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사실 덕봉은 평소 미암에게 상당히 많은 옷을 지어 주었다. 1568년 한 해만 두고 보더라도 비록 서로 떨어져 지냈어도 의복만은 철마다 꼬박꼬박 지어주었다. 예컨대 지난 3월 덕봉은 미암에게 편지를 보내 명주베 두 필을 사서 보내라고 한다. 그리고 한 달 뒤인 4월 3일 답호 하나와 직령 하나를 지어서 보낸다. 또 같은 달 8일에는 바지, 단령, 철릭을 하나씩 지어 보내고, 22일에도 바지, 버선, 철릭을 각각 하나씩 보낸다. 이에 미암은 ‘부인이 밖으로 집 짓는 데에 시달리면서 안으로는 옷을 짓기에 시달리니 그 괴로움이 심하다’라고 그녀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5월 19일에 덕봉은 다시 미암이 사서 보낸 옷감으로 모시옷 다섯 벌을 지어 서울로 보낸다. 나아가 미암으로 하여금 명주베 한 필을 첩 방굿덕에게 보내서 옷을 짓도록 시키니 방굿덕은 6월 13일에 답호 하나와 철릭 하나를 지어보낸다.” 조선시대의 사대부란 주로 현·전직의 관리를 중심으로 한 유교적 지식계급을 지칭하게 되었다. 사대부는 유교에 바탕을 둔 예의를 생활의 기본으로 하여 스스로를 엄히 규제·절제하였고, 국가에서도 법률적으로 이들의 몸가짐을 규제하여 『경국대전(經國大典)』에서는 “사대부는 그 처가 사망한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재혼을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사대부의 가족은 법률로서도 보호하고 국가적 관심을 보여, 『경국대전』에는 사대부의 딸로서 30세에 가까워도 빈곤해서 출가시키지 못하면 나라에서 혼자(婚資)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사대부 집안 부녀자의 몸가짐은 법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까다로워,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잡혀갔다 돌아온 속환사녀(贖還士女)에 대해서는 순절 못하고 살아 돌아온 것은 사대부집 여인의 도리가 아니라 해서 많은 이혼사례가 생겨 정치·사회 문제화하였다. 관계상(官階上)으로는 종4품 이상 정1품까지를 대부(大夫)로 규정하고 있으나, 사에 대한 구별은 별도로 없다. 조선 후기의 이중환(李重換)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사대부는 혹은 농·공·상의 업을 할 수 있어도 농·공·상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사대부의 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까닭에 사대부를 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것이 후세에 이르러 자연적인 추세로서 신분의 차별이 생겨난 동기라 할 수 있다”라고 사대부를 풀이하고 있다.
정연식『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청년사, 2002
정창권『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사계절출판사, 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