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은 조선 초기에는 명의 체제를 답습하였다. 그러나 현존하는 유물은 중국의 갑주제도와는 달리 전형적 타프탄형인 포형 갑옷뿐이고 명의 갑옷 양식은 주로 석상에서 볼 수 있다. 명의 제도로 된 갑옷은 여반의 갑옷 1점뿐이고 청의 소슬금문이 있는 두정갑이 창덕궁에 소장되어 있어 왕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갑옷은 특별한 용도로만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시대의 갑옷은 중국의 제도를 본떠 장인(匠人)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는데 『대전회통(大典會通)』에 나타난 장인의 배치 현황을 살펴보면 역시 조선시대에는 일본의 침략이 잦았던 만큼 중앙의 군기사(軍器寺)를 제외하고는 경상도와 전라도에 장인이 많이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갑옷은 비단 관청에서만 준비했던 것이 아니라 일반 사가에서도 유사시에 대비한 필수품이었다. 실록에 의하면 ‘병조에서 흉년으로 인한 백성의 생계를 염려하여 잡색군정의 갑주와 병장기를 상고하되 한꺼번에 다 점검한다면 소요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토지와 재산을 다 팔아서 반드시 직업을 잃게 될 것이니 잠정적으로 매 1호(戶)마다 투구 1개, 갑옷 1벌, 칼 1자루만 준비하도록 건의하니 임금이 이를 허락했는데 가난하여 스스로 준비하지 못하는 자는 공가(公家)의 궁시와 갑주를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갑옷은 그 사용 무기와도 깊게 연관이 있다. 조선시대의 무기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거리에 따라 장병기와 단병기로, 사용 용도에 따라 공격무기와 방어무기로 나눌 수 있다. 장병기란 원거리의 적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로서 활과 화살, 각종 화포, 로켓 화기 등을 말한다. 이에 비해 단병기는 적과 가까운 거리에서 싸울 때 필요한 무기로서, 칼과 창이 대표적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활을 중시하여 원거리에서 적을 제압하는 장병전술이 중심을 이루었다. 그리고 창, 칼에 의한 백병전을 중시하는 단병전술은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에 비해 일본 민족은 칼을 중시하여 근접전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단병전술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공격무기로는 각종 칼, 창, 궁시류, 화포류, 공성(攻城)무기 등을 들 수 있다. 방어무기에는 방패와 마름쇠 등이 있었다. 이러한 전통적인 무기 외에 고려 말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화약병기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널리 실전에 사용되었다. 이 시기의 화약무기를 대표하는 화포는 화약의 폭발력으로 화살, 돌, 포탄 등을 발사하는 원통형의 무기로서, 동서양에서 다같이 14세기 초에 출현하였다. 그 기술이 점차 발달함에 따라 당시까지의 주무기였던 활과 화살이나 칼, 창 등을 능가하는 살상력과 파괴력을 갖추었다. 이러한 화약무기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제작된 때는 고려 말이었다. 부쩍 잦아진 왜구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한 군비 강화의 일환으로 화약무기 개발에 착수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화약의 제조법, 특히 가장 중요한 원료인 염초의 제조법을 알 수가 없어 중국에서 화약을 수입하다가 공민왕 때에 최무선이 화약제조법을 습득하여 국내에서의 화약 및 화약무기 제조가 시작되었다. 최무선은 화통도감이라는 관청을 통해 각종 다양한 화포와 발사물 등을 제작하였다. 대장군포, 이장군포, 삼장군포, 육화석포, 신포, 화포, 총통, 철령전, 피령전, 철탄자 등이 이때 제조된 무기들이다. 이러한 다양한 화약무기는 아직 이를 갖추지 못한 왜구의 소탕에 큰 도움을 주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화약무기의 개발과 보급은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런데 조선 초기에는 왜구의 소탕이 주목적이었던 고려 말과는 달리 국방면에서 여진족이 가장 큰 두통거리였다. 여진족은 압록강, 두만강, 송화강 유역에 거주하며 원, 명 교체기 이 지역의 힘이 공백을 틈타 자립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직 수렵이나 목축에 의존하여 생활하였으므로 식량 등 생활필수품의 확보가 절실하였다. 그러나 명나라와의 정규적인 교역이 이루어지지 않은데다가 새로 건국한 조선도 옛 땅을 수복하려 영토를 확장해 감으로써, 생필품을 구하려고 또는 쫓겨난 지역으로 다시 들어오려고 여진족이 침입하는 일이 많았다. 당시 여진족들은 강력한 화약무기는커녕 철제 화살촉도 만들 수 없어 짐승뿔로 제작하는 등 무기의 수준이 무척 낮았다. 그러나 이들은 잘 숙련된 기마술로 취약한 지역을 신속히 공격하고 도주하는 전술로 조선을 괴롭혔다. 기마병이 지닌 돌파력은 대단히 커서 이들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먼 거리에서 이들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가 요구되었다. 활의 경우 가장 사거리가 긴 각궁(角弓)은 약 200보(1보는 약 1.8m)의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재료인 물소뿔을 중국 등에서 몰래 수입해 오고 있었으므로 대량으로 제작하기 어려웠다. 또한 활은 수련에 오랜 기간이 필요해 많은 병사를 동시에 훈련시키기 힘들었다. 화약무기는 이러한 점을 해결해줄 만 했다. 먼 거리에서 적을 저지할 수 있고, 또 한꺼번에 많은 화살을 발사할 수 있는데다가, 그 큰 폭발음은 적의 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이에 더하여 궁술이 오랜 수련과 강한 체력이 필요한데 비해, 화약무기는 징집된 일반 양인 농민들도 쉽게 익힐 수 있는 강점이 있었다. 화살을 일정한 거리 이상까지 쏘아 보내는 방법만 익히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태종 초기까지는 아직 화약무기가 무거워 선박에 장착하여 적의 선박을 공격하는데 주로 사용되었고 그나마 화약의 성능이 떨어져 원거리 사격이 어려웠다. 태종 중엽에 이르러 화약의 개량이 이루어져 성능이 종전보다 배나 좋아졌고 쇠화살 수십 개를 구리 통에 넣고 작은 수레에 실어 발사하는 초기화차가 제조되었다. 그리고 발사물로 화살 외에 돌멩이, 탄환 등도 넣어 발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리하여 화기가 육지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화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화통군이 편성되어 태종 말에는 그 수가 10,000명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화약 성능으로 충분한 사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화포를 크게 만들 수밖에 없어 운반하는 데 극히 불편하였고, 화약의 소비량도 많았다. 그 때문에 변방의 주요 지점에만 설치하여 사용하였다. 화약무기는 세종 후반기 들어 대대적인 개량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종전과 같은 양의 화약으로 사정거리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종전에 대형 화기가 400~500보 정도의 사거리를 가진 데 비해, 개량의 결과 사정거리가 1, 000보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1회 발사로 여러 개의 화살을 사격할 수 있게 되고 발사된 화살 등이 옆으로 빗나가는 것을 방지하도록 화약무기의 내부 구조가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화약무기를 전면적으로 다시 제작하게 되었다. 이 시기 새로 나타난 화기로는 이총통, 삼총통, 사전총통, 팔전총통, 세전총통 등이 있었다. 그리고 새롭게 로켓형 화기인 중, 소 신기전, 주화(走火) 등이 개발되었다. 문종 때에는 화차가 동시에 많은 화살을 사격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그러나 성종 때까지는 세조 때에 신제총통을 제조한 것을 제외하고는 진전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