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흥리 고분벽화의 피장자 ‘진(辰)’은 고구려인으로 당시 유주자사를 지냈고 광개토왕의 신하였다. 벽화에는 묘주의 공직생활과 사저에서의 생활내용이 그려져 있다. 북벽에 그려진 긴 행렬에 묘주의 양옆으로 각각 6명의 기사가 완전무장하고 긴 창을 들고 마갑으로 무장한 말을 타고 호위하며 가고 있다. 개마무사를 보면 투구의 형태는 분명하지 않으나 궤형모와 흡사하다. 머리가 들어가는 발부는 매우 높고 투구 밑에 보이는 것은 양각장식이거나 수미부가리개로 보인다. 주 정상의 꼭지에 묘사된 금구 장식은 금관총에서 보이는 것과 같아 보이고 높은 간주를 세우고 끝에 장식이 있는 것도 아주 유사하다. 갑옷은 갈색으로 소찰이 보이지 않고 빗금이 그려져 있어 투구와 같이 목판이거나 혁제일 가능성도 있다. 허리에는 매우 넓은 요갑을 착장하였고 그 아래에는 상갑을 착장하고 있으며 다리에는 바지모양으로 표현되어 있어 누비갑옷이 아닌가 생각되며 다리 앞쪽에는 넓고 긴 가리개를 부착한 것으로 보이는데 갑옷과 같은 재질이다. 목에는 넓은 경갑을 착용하였다. 고구려는 성인남자라면 반드시 군복무를 해야 하는 국민 개병제의 나라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 이전에는 지배층과 부유한 백성인 이른바 ‘호민’들만이 전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일반 백성들은 식량을 공급해주는 보급대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때 전리품은 모두 특권층의 몫이었다. 4세기 이후 전쟁은 그 규모가 커져 소수 지배층만으로 전쟁을 치루기 어려워졌다. 광개토대왕의 전쟁기록을 보면 한 번의 전투에 5만 명 이상이 동원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고구려의 지상군은 기병과 보병으로 나뉘는데, 실제 전투는 대개 기병과 보병의 합동작전으로 이루어진다. 수는 보병이 많지만 주력은 기병이다. 서로 무장도 다르다. 기병은 활, 긴 창, 칼 등을 지니고 투구에 갑옷을 입었다. 말 역시 갑옷과 투구로 완전 무장시킨 기병을 철기(鐵騎)라고 부른다. 반면 보병은 활, 칼, 짧은 창, 도끼, 갈고리를 주무기로 하되, 갑옷을 입은 병사도 있고 입지 않은 병사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신분이나 사회·경제적 계급에 따른 것이다. 고구려군의 주력은 지상군이지만 수군도 막강했다. 광개토왕 때 백제 정벌전에서 수군을 동원한 바 있으며, 나중에는 황해 연안 항로를 장악하여 백제와 신라가 고구려의 방해로 사신을 보낼 수 없다고 당나라에 탄원했을 정도다. 등자는 기병이 말 위에서 발을 걸치고 자유자재로 활을 쏘기 위하여 만든 것으로, 등자 발명 이전에는 기병이 말갈기를 붙들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말 위에서의 기동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5세기 이후 등자가 발명되면서 고구려 기병의 전투력이 급속히 향상된다. 고구려군의 기병성격을 더욱 명확히 하는 것이 보루성에서 발견된 투구 위에 엎어놓은 종지모양의 복발이다. 기병들은 투구를 썼고, 그렇다면 당연히 갑옷을 입었을 것이다. 이는 중무장 기병을 뜻한다. 이 중장기병은 5세기 중엽 동아시아 최강의 군대로 알려진 고구려군의 주력부대이다. 이외에 형부, 초승달 모양의 도끼인 월형부는 『서유기(西遊記)』의 사오정이 들고 다닌 무기로 유명하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출토된 것이다. 형태로 보아 지휘관의 상징으로 도끼부대의 대장급이 소유했으리라 추측된다.
전호태『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 풀빛, 1999
김정자『한국군복의 변천사 연구』, 민속원, 19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