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주인의 부인이 승려를 앞세우고 절에 공양이나 명복을 빌러가는 불사의 한 장면이다. 당시 지배층은 부처에 대한 공양을 통하여 현세와 내세에서 자신들의 안녕을 보장받으려 하였다. 선두의 삭발한 승려는 괴색 장삼에 화려한 무늬의 색상대비가 강한 첩엽가사를 착용하고 석장을 짚으며 일행과 걸어가고 있다. 인도의 초기불교 교단의 출가승이 입은 삼의가 변천되어 온 가사는 불교의 법의로 승복의 하나이다. 고구려에서 불교가 공인된 것은 4세기 말 소수림왕 때의 일이다. 그 후 불교는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고구려의 대표적인 종교로 성장해 갔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때는 평양에 많은 절들을 지었으며, 높이 90m의 9층짜리 금강사 목탑도 쌓았다. 이에 따라 불교의 하늘 세계나 정토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게 되었다. 연꽃은 불교에서 생명과 빛을 상징하였으므로 정토에서의 모든 존재가 이러한 연꽃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이것을 한자어로 ‘연화화생’이라고 한다. 즉 연화화생을 표현한 그림이나 연꽃무늬로 가득 찬 무덤의 널방은 그대로 불교의 정토였던 셈이다. 왕권이 강화되어 국왕의 실제권력이 귀족을 압도할 수 있게 되자 국왕은 불교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이들의 관심은 대자대비의 정신에 바탕한 성불신앙을 홍보하려는 데 있었다기보다는 ‘왕이 곧 부처’라는 정치이념을 내세워 자신들이 다른 귀족과 구별되는 초월적이고 신성한 권위가 있음을 내세우려는 데 있었다. 이와 함께 불교는 침략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고구려 장수왕은 승려 도림을 백제에 간첩으로 보내 백제의 수도 한성을 침략하였고 신라에서도 고구려 승려가 간첩으로 활동하였음을 암시하는 사례가 있었다. 『삼국유사(三國遺事)』를 보면 488년에 신라 소지왕이 서출지라는 연못에서 나온 노인이 건네준 글 덕분에, 궁주와 손잡고 자기 목숨을 노린 궁궐의 분향수도승이 꾸민 음모를 분쇄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왕즉불’의 강조는 불교의 초기현상이었으며 이후 불교는 귀족에서 서민들의 신앙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 종교 본연의 역할을 발휘하였다. 불교는 고대사상의 틀을 깨고 한 차원 높은 중세사상을 마련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보장왕의 재위기간 중 국내적으로는 천재지변이 잦았고, 643년(보장왕2)에는 연개소문의 주장에 따라 당나라에 요청하여 도사(道士)를 초빙하는 등 도교 진흥책을 썼다. 이에 대하여 고구려 종교계에서 기득권을 가진 불교세력의 반발이 심하였고 보덕(寶德)과 같은 승려는 650년 백제로 망명하기까지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