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나팔수)는 대각(뿔나팔)을 불고 있다. 고구려 벽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관악기인 뿔나팔은 본래 신호용으로 쓰였다가 군악과 일반 음악용으로 개량되면서 크고 작은 여러 종류가 나타나게 되었다. 수산리 고분 벽화의 행렬도에는 두 사람이 들고 있는 큰북이 있고 기다란 뿔나팔도 있다. 지금까지 발굴된 고분벽화에 나타난 악기만도 38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악기는 자체 개발한 것도 있지만 교역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비파 모양의 완함이 대표적이다. 완함은 원래 중앙아시아에서 유래된 것으로 서쪽으로는 러시아, 동쪽으로는 고구려까지 전파된 악기이다. 안악3호분의 회랑에는 250명으로 구성된 행렬도가 확인된다. 전반부의 것만 그렇고 행렬에 참여한 인원을 전부 고려하면 500명 가량이 될 것이다. 행렬도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취악대다. 행렬도의 제일 앞에서 장엄한 행렬의 흥을 돋우려는 듯 앞서가는 취악대는 크고 작은북과 뿔피리, 나팔 등 각종 악기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규모가 200여 명에 이른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김유신이 죽었을 때 왕이 내린 고취악대의 기록이 나타나는데, 그 인원이 100여 명 정도였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안악3호분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군악대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주위사람에게 행렬의 위엄을 과시하고 행렬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악대는 중무장한 병사들 사이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북이 큰 소리부터 작은 소리까지 내도록 구성된 것으로 볼 때 다채로운 음악이 연주되었을 것을 시사하고 있다. 덕흥리 고분의 행렬도에는 두 명이 어깨에 북을 메고 한 사람이 북을 치며 가고, 한 사람은 땡땡이북을 치고, 한 사람은 큰 뿔나팔을 불고 있다. 안악3호분의 군악대보다는 적은 규모다. 그 외 고구려 고분의 벽화에 북과 나팔로 구성된 악대가 보이는데 묘주의 신분에 따라 악대의 악기와 편성, 구성에 차이가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고구려 군대에서 음악을 처음 활용한 것은 유리명왕 11년 선비를 공격할 때였다. 유리명왕이 성 안에 있던 선비족을 끌어낸 틈을 타서, 부분노가 이끄는 고구려군이 성을 차지하였다. 선비족이 이에 놀라 도망가려 하자, 왕이 깃발을 높이 쳐들고 북을 울려대며 나가니 선비는 앞뒤로 고구려군을 맞이하게 되어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성을 빼앗겨 당황하게 된 선비족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기 위해 고구려에서 북을 치면서 공격한 것이었다. 이처럼 음악은 군의 사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태호 외『고구려고분벽화 별책부록: 고구려고분벽화해설』, 풀빛, 1995
전호태『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 풀빛, 1999
한국역사연구회『삼국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청년사, 2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