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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저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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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
화려한 장막이 쳐진 실내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남자와 함께 그려진 두 여인들은 인물의 크기와 배치로 보아 묘주인의 부인들로 추정된다. 그 중 벽화의 가장 오른쪽의 부인은 머리에 건귁을 두르고 주름진 치마 위에 길이가 긴 포를 착용한 채로 앉아 있다. 벽화의 부분이 떨어져 나가 전체의 모양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나 남아 있는 부분에 근거하여 복식 형태를 살펴보면, 부인은 짙은 선이 둘러지고 바탕에 일정 간격으로 분포한 문양이 표현된 포를 왼쪽으로 여미어 착용하였다. 포 아래로 보이는 치마는 잔주름이 잡혀 있고 치맛단에 두 줄의 짙은 선이 보인다. 부인은 머리에 정수리 부분이 솟은 건귁을 둘렀고, 귓가에 소담스럽게 머리숱이 표현되었다. 얼굴에는 정돈된 눈썹 모양이 특징적이다.
고구려시대의 가정은 일반적으로 일부일처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일정한 사회, 경제적 지위에 있는 상류층에서는 둘 이상의 처를 맞거나, 여럿의 첩을 두기도 하였다. 수렵총에는 묘주인 곁에 세 명의 여자가 그려졌는데, 묘주인 곁의 여자는 홀로 평상에 앉아 있는 반면, 그 곁의 여자는 보다 낮은 평상에 나란히 함께 앉아 있어 세 여자 사이의 사회적 신분이나 가정에서의 지위의 차이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고구려의 대표적인 결혼제도는 형이 죽으면 아우가 형수와 결혼하는 형사취수제가 있는데 이것은 부여와 흉노 사회에서도 있었던 제도였다. 고구려의 고국천왕의 아내 우왕비도 이런 제도에 의하여 고국천왕의 동생 연우와 결혼하였고, 결국 연우가 산상왕이 되었다. 이 제도는 씨족사회에서 다른 씨족원이었던 여자가 자기 남편의 죽음과 함께 다른 씨족의 남자와 재혼하여 전남편의 재산을 가지고 갈 경우, 씨족의 재산과 인적 손실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동이전(東夷傳)』 고구려조에 따르면 “처음 말로 혼인을 정하고, 다음에 여자의 집 대옥(大屋) 뒤에 소옥(小屋)을 지어 서옥이라 부른다. 저녁에 사위가 여자 집에 와서 문밖에서 자기의 이름을 알리고 무릎을 꿇고 절하면서 여자와 잘 것을 세 번 원하면 여자의 부모는 이것을 듣고 소옥에서 잘 것을 허락한다. 남자는 다음 날 떠날 때 전백을 놓고 간다. 여자는 자녀를 낳고 자녀가 성장한 뒤에야 남자의 집에 살러 간다”라고 하였으며 이것을 서옥제라 칭하였다.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 나오는 이 같은 제도에 대해 데릴사위제 또는 봉사혼(奉仕婚)으로 보기도 한다. 이 제도는 일반적으로 데릴사위제로 해석하고 있으나, 『동이전』의 기록으로 볼 때 남자는 여자 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만 살 뿐 아니라, 여자도 자녀가 성장하면 남자 집으로 오기 때문에 데릴사위제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고구려의 서옥제는 결혼식을 올린 여자가 자기 집에 머물러 있고 남자가 몇 번 처가에 살러 가는 풍속인 해묵이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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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송옥『한국복식사』, 수학사, 1998
한국생활사박물관편찬위원회『한국생활사박물관』, 사계절출판사, 2001
이태호 외고구려고분벽화 별책부록: 고구려고분벽화해설, 풀빛,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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